[ 복날이면 생각나는 기억 ]
셰퍼트가 퍼질러놓은 똥을 더뎌 치우다,
트집 잡혔다
육이오 때에나 감행했던 원산폭격을 몹시 받았다
팔꿈치 물팍이 다 까지도록 기합이란 기합은 죄다 받았다
군대식 물자분류법에 따르면
이등급 군견보다 팔등급쯤 된 내가
좆같이 취급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곧 폐기처분될 개보다 못한 대우에
싸움개 으르렁대듯
화딱증이 불끈거렸다
부아가 치밀어 그 개새끼 골통에 늙은 인사계의 이름을 붙여 부르며
개머리판으로 내려찍고는 하였다
제대말년까지도 나는
수색 나갔다가 산토끼길목에 올무 덫 놓아, 돌멩이도
소화시킨다는 한참 때의
지독한 식욕을 달래기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만, 셰퍼트가 덫에 걸려 뒈져버린 사변이 터진 것이었다
노발대발 인사계는 부대막사를 이 잡듯이 뒤졌고,
그 식탐의 눈빛을
견디다 못한 군견이 월북했다는 입소문만 무성히 나돌았다
또 그것을 보았다는 중대원들 말에 나는
그저 배시시 웃으며 한랭기단의 새하얀 한파와 눈보라 헤치는
천리나 먼 행군을 거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조성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