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참으로 고귀하여서
이 세상 어느 것하고도 견주지 못합니다
어머니, 당신은 참으로 위대하여서
당신보다 더 큰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머니, 늙은 당신의 몸은 참으로 슬퍼서
오늘도 나는 잠 못 이루고 뒤척입니다
타관 객지 멀리 떠난 아들을 염려하시어
꿈속까지 찾아와 이마를 짚어 주시는 당신의 손길을
아, 나의 어머니. 고목 나무 껍질 같은 당신의 얼굴을
나는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눈을 감습니다
늙은 어머니 당신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멀리서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감추는 일밖에 없어
아, 나의 어머니. 오늘도 그저 나는 습관처럼 전화를 걸고
별일 없냐는 둥 잘 있다는 둥 싱거운 안부로
끝을 맺고 맙니다
아, 나의 어머니. 그러다 언젠가 당신은
세월에 징검다리를 놓아 다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홀연히 떠나시겠지요
올해가 마지막인지도 모르겠다시며
고추장을 담가 놓으셨다는 나의 어머니
매운 고춧가루를 더듬더듬 버무리시는
당신의 무딘 손보다 더 아름답고 숭고한 것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김시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