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밀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안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다만 살아온 날 만큼 
당신의 고운 치마폭에 
두 무릎 꿇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비친 웃음 한 소절 
입김으로 펄펄 날리며 
모두가 오래도록 그랬음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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